따사로워야 할 여름 햇살은 흐릿한 구름 사이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감기 기운이 있는 날엔 집에서 쉬는 게 최고지만 오늘이 계절학기 마지막 날이라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진짜 감기 들려나 보네. 하은이 바싹 마른 입술을 문지르며 부지런히 학교로 향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학교는 한산했다. 아침의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휭 하니 불자 뒤에서 걸어오던 커플 하나가 유난스러운 닭살을 떨며 그녀를 앞질러 갔다.
서로 부둥켜안은 채 어머 자기 나 추워잉 이리 와 오빠 심장으로 덥혀줄 테니까 라고 말하는 걸 뒤에서 혼자 보고 있자니 왠지 손끝에서부터 소름이 기어올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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