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대한민국...힐링 숲길을 찾아 치유의 시간을 갖자

조선왕릉 숲길에서 치유의 시간을 갖다

 

4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난 느낌이다. 거리두기 해제 후 ‘어디 가볼 만한 곳이 없을까?’ 하던 차에 조선왕릉 숲길이 떠올랐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봄과 가을에 한시적으로 숲길을 개방했었다.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조선왕릉은 500년 왕조의 역사를 품은 공간이다. 특히, 왕릉을 품고 있는 숲은 원형이 잘 보존돼 온 전통 경관이다. 이 숲의 나뭇가지마다 돋아나는 새잎들은 다양한 생물상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 누리집.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 누리집.

 

이중 태릉(중종비 문정왕후)과 영릉(세종과 소헌왕후)에서 시민들을 위한 전시(‘조선왕릉 숲길 사진전’, ‘세종, 우리 옛 땅을 되찾다’)도 개최한다. 요즘 TV 사극 ‘태종 이방원’에 한창 재미를 붙였는데, 아쉽게 5월 1일 종방했다. 나는 역사를 좋아해 사극을 좋아한다.

 

태종 이방원과 그의 비 원경왕후가 잠든 곳이 헌릉이다. 인릉은 조선 23대 순조와 그의 비 순원황후의 능이다. 두 능을 합해 헌인릉으로 불린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TV 사극 ‘태종 이방원’의 주인공이 잠든 곳이 서울 서초구 헌릉이다.

 

헌인릉은 서울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다. 내가 사는 성남시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내와 모처럼 데이트할 겸 헌인릉을 찾았다. 헌인릉에 가니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 표석이 있다. 표석을 보니, 조선왕릉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표석이다.

 

입장할 때 매표소에서 받은 팸플릿을 보니 조선왕조의 무덤은 모두 120기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능이 42기다. 42기의 능 어느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모두 제자리에 보존되었다.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태조 왕비 신의왕후의 능), 후릉(정종과 정안왕후의 능)을 제외하고 40기가 우리나라에 남아 있다. 500년이 넘는 한 왕조의 무덤이 이처럼 온전하게 보존된 것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오리나무 숲 군락지가 발달한 산책로가 걷고 싶을 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

 

관람권을 끊은 뒤(성인 기준 1000원) 들어가면 먼저 인릉을 만나게 된다. 인릉에서 헌릉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오리나무 숲으로 갔다. 입구에 안내판이 있다. 이 숲은 서울시 내에서도 보기 드물게 오리나무 군락지라고 한다. 나는 아내 손을 잡고 오리나무 숲길을 걸었다. 숲길은 걷기 좋게 나무 데크길로 조성하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우리 부부뿐이다. 핸드폰이 처음 나올 당시 유행했던 잠시 휴대폰을 꺼주셔도 좋다는 유명한 CF 카피가 생각났다. 정말 스마트폰을 끄고 아내와 오붓한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곳이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조선왕릉 숲길에서 아내와 모처럼 데이트를 즐겼다.

 

헌인릉 숲길에 초록이 가득하다. 아무도 없기에 잠시 마스크를 벗고 크게 숨을 내쉬어본다. 아, 이게 얼마 만인가! 마스크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코로나19 시국이 이제 끝을 향해 가는 듯하다. 정부가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이어 5월 2일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했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숲길 중간에 벤치가 있어 초록이 우거진 숲을 보며 마음껏 숨을 내쉰다.

 

숲길을 나와 헌릉 앞에 오래된 소나무 숲으로 갔다. 이곳에 벤치가 많다. 아내와 벤치에 앉아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신다. 때마침 봄바람이 솔솔 불어 얼굴을 스친다. 아내 얼굴을 보니 편안하다. 나도 그런 아내 얼굴을 보니 조선왕릉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친구들과 함께 온 주부들도 마냥 즐거운 듯이 걷고 있다.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친구들끼리 온 주부도 있었다. 우리 부부처럼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크게 하며 걷는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하하~ 호호~’ 연신 웃으며 걷는다. 코로나19로 억눌리고 지쳤던 몸과 마음을 조선왕릉 숲길에서 내려놓는 것 같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땅에 떨어진 산철쭉 꽃으로 아내에게 사랑의 목걸이를 만들었다.

 

  태종 이방원 부부가 잠든 헌릉 주변에도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에 벚꽃 등 봄꽃은 다 졌지만, 푸른 초목이 우리 부부를 환영해주는 듯하다. 길가에 떨어진 산철쭉 꽃을 모아 아내에게 줄 꽃목걸이를 땅에 만들었다. 목에 걸어줄 수는 없지만, 아내는 무척 좋아했다. 젊은 날 연애 감정이 살아나듯 얼굴이 붉어졌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유명 관광지가 인파로 붐빈다고 한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난 게 아니니 당분간은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조선왕릉 등 거리두기에 신경 쓰지 않는 곳이 코로나19 스트레스 치유에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헌릉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산책로를 내려와 마지막으로 헌릉에 올라갔다. 여기까지 왔으니 ‘태종 이방원’ 사극 주인공을 만나보고 가야겠다. 우리나라 왕릉은 관리상의 문제로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곳이 많다. 헌릉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헌인릉은 여러 번 왔지만, ‘태종 이방원’ 사극을 봐서 그런지 여느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궁능 무료·특별 개방을 한다.(출처=문화재청)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궁능 무료·특별 개방을 한다.(출처=문화재청)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궁능 무료·특별 개방을 한다. 궁중문화축전 기간(5월 10일~22일)에는 경복궁을 무료 개방한다. 그리고 어린이날(5월 5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일은 모든 궁능을 특별 무료 개방한다. 코로나19 시국을 보내면서 소중한 일상을 많이 그리워했다. 힘든시기였지만 우리가족 모두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잘 이겨내었다. 정부가 알려준 개인방역수칙을 정말 철저하게 지킨 덕분이다.

 

조선 왕릉 숲길 개방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람이 많은 곳보다 역사도 배울 겸 조선왕릉으로 가족과 함께 역사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사진은 헌인릉 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