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종합편성tv신문 류승우PD/기자 | 올해 베들레헴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알려진 이곳에서 예년과는 다른 조용한 성탄절이 펼쳐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격화된 전쟁 그림자 아래, 성탄 축제를 즐길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특별한 행사나 축제는 없이 조용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통상 성탄절 기간 베들레헴에는 15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그러나 올해는 성지인 '예수탄생교회' 내부 지하 동굴조차도 한산한 상황이다. 이 동굴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지점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소에는 성탄절 행사로 붐볐던 이곳이 올해는 고요함에 묻혀 있다.
베들레헴의 교회들은 지난 10월 이후 가자지구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가자지구에서는 개전 이후에만 1만7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묻히거나 실종된 상황이다. 가자지구 인구의 85% 이상이 피란길에 오른 상황에서 기본적인 물과 식량, 숙소를 찾기 어려운 인도적 위기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
현지 교회 관계자들은 "형제자매들이 죽어가는데 성탄절을 축하할 수는 없다"며 "그들은 슬픔에 잠겨 있고 우리는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하며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베들레헴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도 무엇보다도 안전을 우선시해왔다. 그리스 정교회 신자인 지아드 반닥씨는 "하루 종일 앉아서 주사위 놀이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일상 생활이 어려운 상황을 고백했다.
해외 관광객과 함께 현지 주민들도 전쟁으로 인한 위험을 우려해 베들레헴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안지구 도시 제닌에 사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조지 하다드씨는 "이곳과 제닌 사이에는 검문소만 3∼4개가 있다"며 이동이 어려운 상황임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베들레헴은 지난 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내 성지를 보호하는 이탈리아 수사 프란체스코 패튼의 방문을 환영하는 행사는 예외적으로 허용하였다. 팔레스타인 학생들의 의장대는 패튼 수사의 베들레헴 방문을 환영하며 깃발을 흔들었다.
이렇듯 베들레헴은 전쟁의 그림자에 가려져 조용한 성탄을 맞이하고 있으며, 현지 교회와 주민들은 전쟁의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어 보다 의미 있는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