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종합편성tv신문 박미쉘 기자/미국특파원 | 미국 백악관의 관세·무역 정책을 이끌었던 인물이 '사기꾼'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자신의 저서 Death by China를 통해 중국의 위협을 강하게 경고하며 보수 진영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된 '론 바라(Ron Vara)'라는 인물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나바로가 이 인물을 단순한 필명이 아니라 실존 전문가처럼 소개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Navarro의 애너그램(anagram, 철자 재배열)으로 만든 내부 농담”이라고 해명했지만, 학계와 언론은 "의도적인 사기 행위"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건 그가 백악관에 발탁된 과정입니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저자를 섭외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정치권에서 회자됩니다.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제목만 보고 채용했다는 이 사례는 백악관 인재 선발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닙니다. 국가 정책을 책임지는 인물이 가짜 인물을 인용하고, 그런 인물이 단지 '책 제목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유로 채용되는 시스템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입니다. 정책의 무게만큼, 그 정책을 만드는 사람의 신뢰성과 진정성도 무겁게 평가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