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과 기장의 역사적 만남… 한국교회에 던지는 깊은 메시지”

한국 장로교의 대표적 보수·진보 교단, 협력 방안 모색하며 역사적 의미 더해
“고신-기장, 72년 만의 화해와 협력의 첫걸음”
“한국교회, 하나 됨의 길을 찾다”
과거 갈등 넘어 협력과 연합의 가능성 타진

기독교종합편성tv신문 류승우 기자 |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고신 총회)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의 총회 임원 간담회가 2월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렸다. 한국 장로교회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고신과 가장 진보적인 기장이 만나 신학적 차이를 넘어 교류를 모색한 이번 회동은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졌다.

 

양 교단은 1950년대 초 장로교 주류에서 갈라져 나와 독자적 신학 노선을 걷게 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두 교단은 오는 4월 6일 ‘한국 선교 140주년 성찰 토론회’를 공동 개최하며, 한국교회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할 예정이다.

 

“이 만남 자체가 한국교회의 영적 회복의 신호탄”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가 고신 총회장 정태진 목사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예배로 시작된 간담회에서 정태진 총회장은 “기장과 교류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흔쾌히 맞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박상규 총회장은 “우리의 만남이 성경 속 야곱과 에서의 재회처럼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한국교회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예배에서 정태진 총회장은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에스겔 37:16-17)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하나 됨”이라며 “고신과 기장의 만남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 지역과 교단의 경계를 넘어
기장 김재현 장로는 “양 교단이 각각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이라는 배경 속에서 성장했지만, 진정한 성서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던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태진 총회장은 “역사적으로 우리는 장로교회에서 1년 차이로 갈라져 나온 아픔이 있다. 또 기장은 전라도, 고신은 경상도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형제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만났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한 고신 사무총장 역시 “사회적으로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교단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이제는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한국교회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70년 만에 찾아온 화해와 협력의 기회”
기장 이훈삼 총무는 “그동안 기장과 고신은 직접적인 교류가 많지 않았다”며 “이번 간담회가 큰 용기가 필요했던 자리였지만, 고신 총회장님이 열려 있는 태도로 화답해주셔서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한국교회 140년 역사 속에서 우리는 신사참배, 전쟁 협력, 장로교 분열 등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며 “고신 총회는 신사참배 반대의 이유로, 기장은 신학적 이유와 지역적 문제로 교단에서 분리됐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본질적 신앙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번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개혁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함께 배우고 나누며 한국교회의 새 길을 열자”
정태진 총회장은 “과거 고 방지일 목사님께서 보수는 속죄와 구원의 복음에 중심을 두고, 진보는 반경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고신과 기장이 함께 손을 잡으면 한국교회에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각자의 신학적 전통 속에서 성장해왔지만,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누고 협력할 때 더 건강한 교회를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만남을 지속하며 한국교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자”고 제안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한국 장로교회의 대표적 보수·진보 교단이 역사적 화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만남이 단순한 형식적 교류를 넘어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